그리운 나의 시어머니
양반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했던 나의 시어머니
난 나의 시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어머니가 소시적에 손수 뜨신 작은 장식 손뜨게를 챙겼다.
다른 어떤 것보다, 이것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왜냐면, 그 한 땀 한 땀 코바늘뜨기를 하면 완성해 나갔을 우리 시어머니의 손내가 그대로 느껴져서이다.

이 하얀 뜨게실로 뜬 손뜨게를 나는 늘 가까이 두고 본다. 시어머니의 촘촘한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넉넉한 웃음이 그립기도 하기 때문이다.
5년전에 천국에 가신 나의 시어머니는, 올해 결혼 31주년이니, 나의 결혼 26주년의 시간 속에서 한번도 며느리인 내게 쓴소리 한마디를 안하셨다.
서울내기가 처음 결혼하여 경상도지방에 내려가 첫 구정을 보낼 때, "야아, 마당에 둔 정구지 좀 가져와라"하셔서 "예" 라고 예쁘게 대답하고 나왔지만, 난 순간 멍~했다. 아무리 봐도 정구지가 뭔지를 몰랐다.
어쩌지...
뭘 어쩌겠는가, 다시 챙피함을 무릎쓰고 들어가 "어머니, 정구지가 뭐지요?" 물었다.
ㅋㅋ
"아아~. 서울 사람들은 정구지라고 안하고, 부추라고 하재. 그래그래 부추 가져온나" "아아~ 에"
그게, 내가 어머니와의 따스한 기억중 가장 처음 있는 기억이다. 잘 다독이시고 가르치시고, 격려하셨던 나의 시어머니. 서울 살다가 명절 때 미리 내려와 있으면, 굳은 일은 어머니가 다 하시고, 내게는 쉽고 잘할 수 있는 일만 주셨던 어머니.

나의 시어머니는 진정한 어른 양반이셨다.
내가 시집에 다녀와서 종알종알 울 친정엄마에게 이런저런 일을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엄마, 우리 시어머니는 진짜 양반이셔" 였다.
어머니는 친히 몸으로 실천하시고, 삶의 긍정이 무엇인지, 삶의 성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시는 어른이셨다.
나는 그 어른 밑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감사하게도 그 어르신은 나의 남편을 잘 키워주셨다.
하루는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어머니의 많은 희생과 사랑 그리고 성실함과 인자함으로 아들을 잘 키워주셔서, 제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진심의 감사를 전했던 것이다.

울 어머니, 내가 올망졸망 나의 아이들을 낳아서 기를 때, 아이들을 예뻐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하시던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야야~ 니는 니그 아들이 예쁘제? 나는, 내 아들이 더 예쁘데이" ㅋㅋㅋ
어머니의 특유의 환한 웃음과 반달로 된 눈으로 농담반, 진담반 하시는 그 말씀에서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이 느껴졌다.
친정에 와서 다시 종알종알 이 이야기를 하니, 나의 친정엄마말씀, "나도, 내 손자가 너무 사랑스럽고 귀하지만, 내 딸이 더 소중하지. 손주녀석들 때문에 내가 힘든 것 보면, 엄마마음이 안스럽닥"
이게 부모님의 마음인가 보다.
손주들이 마냥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내 새끼는 영원한 내 새끼인가 보다.
나도 아들이 있는데, 난 어떤 시어머니가 되려나?
ㅋ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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