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가득 호수와 새 한마리
쏟아져 내렸다.
빛이 쏟아져 내렸다.
넓고 넓은 호숫가에 가득가득 빛들이 쏟아져 내렸다.
물결의 등마다, 빛이 내려 앉았다. 바람의 결마다 빛이 날개를 달았다. 그래서 그래서 호수 가득 가득 하늘에서 내린 빛들이 쏟아져 내렸다.
호숫가의 바구니?
무엇을 담기 위해서인가?
골프연습하는 사람들의 골프공을 하나라도 담기 위해서일까?
그렇게 빛 가득 내려 앉은 호숫가엔, 골프공 하나라도 담고 싶은 바구니가 운치있게 자리잡았다.

그 호수 가득 내려앉은 하늘의 빛을 감상하는 것은 나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 한마리.
흔들림도 없이 호수를 응시한다. 시선도 돌리지 않고 쏟아져 내린 호숫가의 햇살을 온몸으로 환영하고 있는 새 한마리
한복의 소맷자락의 멋, 버선의 버선코의 기품을 말하는데, 어랏! 이 새에게도 기품이 있네!
쪼삣한 새부리와 가녀린 두 다리가 호숫가의 은빛 물결에 고고하게 비추이는 기품이 있다니! 어랏 나는 오늘에서야 새의 기품을 보았단 말인가!

각도를 조금 높여 하늘을 잡아보니, 어랏! 이 하늘이 이리 푸르던가! 이리 구름이 화려했던가!
그 푸른 하늘가의 하얀 구름 뒤에서 비추이는 빛 줄기가 호수 전체를 삼키고, 호령하는구나.
장관이로세!
장관이로세!
자연이 그려내는 이 수려한 작품들은, 그 어느 유명한 화가라도 흉내낼 수 없는 걸작이로세!

어랏!
흔들림도 없이 쏟아져 내린 호숫가의 빛들을 보던 새 한마리가, 몸을 틀었네.
나에게 자신의 멋진 쪼삣한 새부리와 가녀린 다리를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정확히 내 시선의 각도에 자기의 부리와 다리를 맞추었네.
내 마음의 생각이, 새의 마음에 들렸을까?
한 폭의 그림이어라!
한 줄의 시이어라!
그렇게 그렇게.
새 한마리와 물결마다 빛을 실은 은빛 호수는 나의 마음을 빼앗아가네. 나의 시선을 삼켜버리네. 나의 언어를 풀어버리네.

시간이 얼만큼 흘렀을까...
호수는 침착해졌네. 은빛 반짝이던 호수는 색상톤을 낮춘 빛으로 차분해 졌네.
새한마리는 어디로 갔나?
그가 앉았던 나뭇가지 기둥은, 쓸쓸하기만 하네.
그 새 떠난 자리에 작은 배를 타고 여기저기 호수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사내의 뒷태가 호수에 담겨, 이도 하나의 그림이 되었네.

어랏!
언제 태양은 떠난걸까?
은빛 가득한 호수는 은빛을 다 거두어 가버렸네.
호수는 알록달록, 인간들이 만들어낸 빛의 색을 다 담아 내고 있네.
어랏!
같은 하늘 아래, 같은 호수가
이리도 다르게 보이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