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옥수수
옥수수
어찌 이리 잘 쌓여 있을까?
한겹이 아니다. 몇 겹으로 겹겹이 옥수수 껍질이 쌓여있다.
껍질만 있는가? 옥수수 수염도 함께 쌓여있다.
수염은 밖으로 나가 있는 것들도 있지만, 옥수수를 싸고 있는 껍질안에도 제법 많이 옥수수알맹이를 감싸고 있다.
세상에나...
옥수수의 겉껍질색은 진한 녹색이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갈 수록 연힌 연두빛 색을 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노오란 옥수수 알갱이들이 보인다. 이 멋진 그라데이션은 어쩔 것인가!! 창조주는 분명 예술가임이 틀림없다.
이 작은 옥수수 하나도, 흠잡을 때가 없이 완벽하게 아름답다니!!
옥수수 한 알, 한 알도 어찌 정교히 박혀있는지, 누가 일일이 줄 세워서 질서를 잡은 듯하다. 옥수수, 너도 작품이구나. 아름답고 멋지다. 집에 오는 길에 옥수수를 딱 두개 샀다. 우리 부부만 있으므로 두개면 맛있게 먹고 딱 치울 수 있다.
그런데, 옥수수가 크다. 나의 작은 압력솥에 겨우 두 개의 옥수수를 그것도 꾸욱 강제로 눌러서 넣어 뚜껑을 닫았다. 옥수수가 쪄지는 사이에, 요즘 한참 맛이 오른 참외를 4개 사왔다.
이렇게 생겼지만, 맛은 일품이다.
속살이 부드러운 것이 마치 잘 익은 메론 같다고나 할까.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참외를 좋아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참외가 좋다. 참외를 살 때는 꼭 달콤한 향이 나는지 먼저 향을 맡아보고 산다. 신기하게도 달콤한 향이 올라오는 참외는 달콤하다. 향이 덜한 참외는 희한하리만큼 당도가 떨어진다. 어쩜 사람에게도 이런 향이 나지 않을까? 달콤한 향이 나는 사람은 그 속사람도 달콤하지 않을까? 모든 것이 다 맞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상당수는 맞더라.
나는 어떤 향이 나는 사람일까?
달콤하면서도, 신선하고, 아주 좋은 향이 나는 사람이고 싶다.
참외 딱 4개를 샀다. 으음... 참외는 오래 두고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외는 쉽게 속이 곯기도 한다. 그래서 맛있게 먹고 끝낼 만큼만 사는 것이 안전하다.
그 사이에 맛있게 쪄진 옥수수가 완성이다.
익으면, 더 노오랗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한잎 베어문다. 이 달달함과 이 옥수수향 가득한 이 맛을 나는 익숙하게 잘 알고 있다. 옥수수를 먹으면, 옥수수를 좋아하는 울 엄마와 언니의 얼굴이 같이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
엄마와 언니는 옥수수를 얼마나 많이 좋아하는지, 때로는 밥 대신 옥수수만 먹기도 한다. 나는 어린 시절, 그런 언니와 엄마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사 옥수수의 맛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
한 알 한 알, 톡톡 씹히는 옥수수 알갱이들이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으로 내 입안으로 쏙 들어온다. ㅋㅋ. 이 맛이었구먼, 울 엄마와 언니가 좋아했던 옥수수. 그런데 내가 오늘 산 옥수수는 단 맛이 더 많이 나고 식감이 아삭아삭한 옥수수다. 울 엄마와 언니가 좋아하는 옥수수는 전통 찰옥수수이다. 사실 찰옥수수가 쫀득쫀득 더 씹히는 맛이 좋다. 그러나 오늘 시장에 나온 옥수수는 이 종류밖에 없었다. 바로 밭에서 베어왔는지 길게 길게 옥수수 자루채 들고 와서 사람들이 사가는대로 잘라 주었다.
밭에서 막 잘라온 것이어서 그런지, 더 달고 더 맛이 좋다.
줄줄이 차례대로 옥수수 알이 박혀 있는 모습이 상당히 질서 있어 보인다. 일단 지금은 너무 뜨겁다. 식도록 한 켠에 놔두고 밥을 먼저 먹어야 겠다.
으음.. 밥을 좀 적게 먹어야, 옥수수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오늘은 일단 무조건 건강식이다. 요즘, 건강상의 빨간 불이 온 듯하여 식단을 푸른 초장으로 만들어 보고 있다. 호박잎을 찌고, 가지와 브로콜리는 에어프라이기에 살짝 굽고, 된장에 콩가루를 듬뿍 넣고 약간의 참기름을 넣어 잘 섞어서 내 방식의 쌈장을 만들었다. 짜지 않고, 콩가루의 고소함이 건강한 맛을 더해 준다.
양념장은 쪽파와 고춧가루, 깨가루, 참기름과 간장과 약간의 매실액을 넣어서 만들었다. 으음, 브로콜리 찍어 먹으니 아주 일품이다. 묵은지 김치와 빨갛게 볶은 멸치 그리고 각종 콩을 듬뿍 넣은 밥과 국을 준비했다.
지난번 선물 받은 도자기 그릇에 음식을 담아 놓으며 스스로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이 더 고급스러워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과일 먼저 먹는 것이라고 하는데, 늘 과일을 밥을 다 먹고서 먹게 된다.
이 참외, 진짜 맛있다. 참외이긴 한데, 속이 부드럽다. 매론의 맛도 나고 달콤하다. 역시 참외는 살 때 향을 맡아보아 달콤함이 많이 나는 것이 정말 더 많이 달다.
식혀 두었던 옥수수와, 참외를 디저트(?)로 내놓았다.
오오... 옥수수는 잘라진 것 하나만 먹어야지 마음은 먹는데, 어느새 두번 째 것에 손이 절로 간다. 이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맛! 다시 생각해 본다. 저녁밥 대신 이렇게만 먹어도 훌륭한 저녁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이다.
그런데, 밥을 중요시 생각하는 울 남편이 들으며 어림없는 소리이다. ㅋㅋ. 어쨌든 남편도 건강한 저녁 식단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고, 함께 먹는 참외의 달달함처럼,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도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달달했으면 좋겠다.